이 시리즈는 벌써 5편이나 진행되었는데, <쏘우>처럼 반복되는 이야기임에도 꾸준히 호평을 얻고 있다. 아니, 호평이라기보다 이 시리즈에 기대하는 바가 굉장히 단순하기 때문에 불만을 가질 여유가 별로 없어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내고 있달까.
이 영화의 핵심은 주변 인물들이 얼마나 '멍청하느냐'와 주인공이 얼마나 '소극적이냐'는 거지요. 그런데 <데스티네이션3>는 조금 과한 면이 있었어요. 그래서 억지처럼 느껴진 것.
정말 단순한 이야기다. 기시몽 혹은 예지몽으로 죽음을 예고한 주인공 덕분에 살아남은 이들이 '원래 죽었어야 하는 순번'으로 죽음이 되돌아온다는 이야기.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힘을 발휘하는 것은 죽음과의 쫓고 쫓기는 추격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라(어차피 죽음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추격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들 가운데 누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혹은 죽는 이들이 어떤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죽을 것인가로 긴장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엔 추리의 영역도 있는데, 얼마 되지 않는 단서로 친구들이 어떻게 죽는지를 알아내서 피하도록 도와줘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영화의 핵심이다.
<데스티네이션3>는 그런 시리즈의 전통을 정직하게 이행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애초에 이 영화는 '왜 죽는가?'에 관심이 없다. 죽음에 순번이 있다는 황당한 설정 아래에서 섬뜩한 죽음 묘사와 죽음을 피하려는 캐릭터들로 하여금 감상자를 긴장하게 하는 게 목적이므로 어떤 구조로 어떻게 죽어가는가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이런 설정이 지겨울 법도 한데도 (영화를 보고) 뒷골이 시리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데스티네이션3>는 특히 롤러코스터를 소재로 삼아서 설득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데스티네이션3>엔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데, 다름 아닌 억지스러운 전개다. 죽음의 과정이 절묘(이런 표현이 어울리지 않다는 것 알지만, 이 영화가 그런 영화라 어쩔 수 없다.)하지 않고 억지로 끼워 맞춘다는 느낌이 강해서 다소 허탈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정말 순수한 킬링타임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아! 사람의 몸이 부서지면 저렇게 되는구나!' 하며 감동할 생각이 아니라면, 이 영화를 통해 얻을 것은 왠지 집 밖에 나가는 게 두려워질 정도의 섬뜩함 하나가 전부라고 봐도 된다. 영화 속 설정의 여러 의문을 풀어줄 리도 없고 (풀어주면 시리즈를 만들 수 없으니까!) '사고 조심하세요!' 라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조차 아니다. 그저 우리 실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끔찍한 죽음을 낳는다는 설정으로 영화 보는 동안엔 긴장감을 영화가 끝난 뒤엔 서늘함을 안겨주려는 게 전부다.
이런 요소 덕분에 <데스티네이션3> 역시 그럭저럭 흥행에 성공했다.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었지만, 지루한 부분 없이 나쁘지 않게 짜인 영화였으므로 영화의 흥행에 불만도 없다. 본래 가볍게 즐기라고 만든 영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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