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네이션3>는 그런 시리즈의 전통을 정직하게 이행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애초에 이 영화는 '왜 죽는가?'에 관심이 없다. 죽음에 순번이 있다는 황당한 설정 아래에서 섬뜩한 죽음 묘사와 죽음을 피하려는 캐릭터들로 하여금 감상자를 긴장하게 하는 게 목적이므로 어떤 구조로 어떻게 죽어가는가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이런 설정이 지겨울 법도 한데도 (영화를 보고) 뒷골이 시리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데스티네이션3>는 특히 롤러코스터를 소재로 삼아서 설득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데스티네이션3>엔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데, 다름 아닌 억지스러운 전개다. 죽음의 과정이 절묘(이런 표현이 어울리지 않다는 것 알지만, 이 영화가 그런 영화라 어쩔 수 없다.)하지 않고 억지로 끼워 맞춘다는 느낌이 강해서 다소 허탈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정말 순수한 킬링타임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아! 사람의 몸이 부서지면 저렇게 되는구나!' 하며 감동할 생각이 아니라면, 이 영화를 통해 얻을 것은 왠지 집 밖에 나가는 게 두려워질 정도의 섬뜩함 하나가 전부라고 봐도 된다. 영화 속 설정의 여러 의문을 풀어줄 리도 없고 (풀어주면 시리즈를 만들 수 없으니까!) '사고 조심하세요!' 라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조차 아니다. 그저 우리 실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끔찍한 죽음을 낳는다는 설정으로 영화 보는 동안엔 긴장감을 영화가 끝난 뒤엔 서늘함을 안겨주려는 게 전부다.
이런 요소 덕분에 <데스티네이션3> 역시 그럭저럭 흥행에 성공했다.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었지만, 지루한 부분 없이 나쁘지 않게 짜인 영화였으므로 영화의 흥행에 불만도 없다. 본래 가볍게 즐기라고 만든 영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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